유서깊은 저렴한 염색약 : 비겐, 양귀비
예전에 저 중학교 다닐 때, 노는 애들이 꼭 방학만 되면 탈색을 하고 염색을 하곤 했었습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탈색을 하는 것도 대세였어서, 노는 것의 상징 혹은 반항의 상징으로 진짜 샛노란 색 혹은 금발로 바꾸곤 했었거든요.
진짜 머릿결이 개판으로 되는데, 그걸 하고 어른스러운 화장을 하곤 했었죠.
그런데 학교에 그걸 하고 오면 학교 선생님들이 가만 둘 리가 없죠?
그때만 해도 두발자유화가 아니라서 머리를 염색한다거나 파마 등을 하면 가차없이 학년 주임 선생님한테 끌려가거든요.
'때가리'라고 해서 동네에서 노는 일진 누나들이 염색하고 담배폈던 게 어제같은데, 시간 빨리 흐르네요.
예전 염색약 : 양귀비
염색 때문에 제 친구가 끌려가서 진짜 새까만 머리로 변해온 적이 있어요.
그때 그 친구가 펑펑 울었었는데, 정말 너무 새까매서 머리카락만 눈에 띄었었답니다.
어떤 염색약을 썼냐고 물어보니까, 약국에서 파는 양귀비 염색약이라고 하더라고요.
2000년대 물가로 무려 1통에 500원!
지금은 믿겨 지지 않는 가격인데, 동성제약에서 나온 양귀비 염색약이 이제는 파는 곳이 별로 없답니다.
은근히 아쉬운 것은 저만 그런 것일까요?
사실 할머니들이 그때 물에 녹여서 하는 그 염색약을 많이 좋아했었는데, 지금은 동아제약에서 나오는 비겐 밖에 없죠.
동성제약 사이트를 찾아가봐도 양귀비 염모제를 파는 것을 확인할 수 없었답니다.
동아제약 비겐은 2~3천원
동아제약에서 나오는 염색약 비겐은 노인들 필수품이라고 할 정도로 중요한 품목이랍니다.
이 정도 가격으로 염색을 할 수 있는 것은 없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보면 저희 할머니도 이 염모제를 쓰곤 했었는데, 2천원 대로 염색약을 살 수 있는 곳은 정말 아무데도 없어요.
비겐은 어디 브랜드?
비겐(Bigen)은 원래 일본 브랜드입니다.
'오래가는 염색약'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1964년에 처음 나온 염색약입니다.
동양인이라면 자연스럽게 나이가 들어가면서 흰머리로 많이 바뀌잖아요.
저는 사실 중학생 때부터 흰머리가 났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나이에 얼마나 서럽던지...
그래도 이런 염색약이 있으니까 보이는 건, 게눈 감추듯 감쪽 같이 사라지게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비겐이라고 하면 비겐크림톤, 비겐크림톤 빠른염색 버전 등 여러가지로 나와있지만 역시 오리지널은 크기가 작은 비겐입니다.
5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것으로 일본 HOYU사에서 만든 것이죠.
우리나라는 동아제약이랑 기술 제휴를 해서 한국으로 나오게 되었고요.
지금은 우리나라 기술이 워낙 발전했기 때문에 아모레퍼시픽이나 다른 회사에서도 다 만들지만, 비겐이라는 브랜드 자체가 워낙 강력하고 어른들이 선호하는 것이다 보니, 이 브랜드를 놓치지 못하는 거 같아요.
비겐의 장점은?
솔직히 비겐의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가격입니다.
2~3천원대로 구입할 수 있는 것으로 현존하는 염색약 중에서 가장 싼 걸로 보여요.
암모니아가 없어서 순한 염색약
그런데 제가 생각하기에 그거 말고도 큰 장점이라고 보는 것은 암모니아가 없다는 것입니다.
보통 염색약은 말이죠, 암모니아(NH3)가 꼭 들어갑니다.
왜냐하면 암모니아가 약염기성을 띄는 물질로, 머리카락의 단백질 사이의 틈을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쉽게 생각해서 요소(UREA)가 단백질 결합을 끊어주어 여러가지 틈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듯이, 비슷한 구조를 가진 암모니아가 머리카락 단백질을 망가뜨려주는 것이죠.
그 뿐만 아니라 암모니아가 멜라닌 색소까지 파괴해주기 때문에 짙은 색깔을 고민하는 동양인의 모발에 암모니아가 들어가는 일이 많죠.
암모니아로 인한 두피 알러지
요즘은 암모니아 속에 PPDA(P-phenylene daianine)이라는 성분이 들어가 있어서, 알러지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합니다.
염색만 하면 두피가 빨갛게 부어 오르고 가렵고 아프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잖아요?
그런 분들은 암모니아가 없는 염색약을 쓰면 좋은데, 바로 비겐이 그런 것이랍니다.
비겐이 싸다고 나쁜 게 아니라, 은근히 고전적이면서도 안전한 것이니 저는 참 쓰기 좋다고 봅니다.
비겐 오리지널의 3가지
색깔의 짙은 정도에 따라서 비겐, 비겐비, 비겐씨로 나뉩니다.
아마도 비겐에이라고 하면 발음이 길어져서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근데 보면, 어르신들은 비겐, 비겐비, 비겐씨로 부르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거 같습니다.
보면, '옅은 비겐', '기본형' 이런 식으로 말씀하시더라고요?
구분 | 색깔 | 짙은 정도 |
비겐 | 흑색 | 매우 진함 |
비겐비 | 자연흑갈색 | 진함(제일 대중적) |
비겐씨 | 자연갈색 | 약간 진함 |
대중과 나의 선택
가만 보면, 비겐비를 가장 많이 찾아가십니다.
왜냐하면 이걸 하고 나면 새치는 다 커버되면서도, 색깔이 오래 가서 입니다.
인위적인 느낌도 조금 덜한 편이고요.
저는 비겐씨를 쓰긴 하는데, 약간 물이 빠지기도 하는 거 같아요.
개인적으로 비겐씨가 제일 낫지만, 대중의 선택은 비겐비인 걸로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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