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축구회에서 운동을 하다가 갑자기 다른 선수한테 뻥 차였다며 안티푸라민을 달라고 하셨던 40대 남성분이 계셨습니다.
제가 "안티푸라민을 빨간색 드릴까요? 파란색 드릴까요?"라고 여쭤보자 어떤 걸 골라야할지 모르시겠다고 하더라고요.
결국엔 가장 익숙한 빨간색 안티푸라민 로션을 고르시긴 했습니다만, 일반 사람들이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차이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이 듭니다.
애초에 안티푸라민이라고 하는 것은 유한양행에서 나온 외용제 상표로 연고, 로션 뿐만 아니라 파스에도 안티푸라민이 그려져 있답니다.
그래서 할머니들이 '손흥민 파스'라고 말하는 것도 사실 알고보면 유한양행에서 나오는 '안티푸라민 파스'랍니다.
자, 그렇다면 안티푸라민 로션과 연고는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요?
이번에 전반적으로 알아보고, 근육통이 있을 때 무엇을 발라야하는지도 체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안티푸라민의 역사
이 약물은 사실 유한양행의 초기 약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각 약국마다 스태디셀러가 있기 마련인데, 유한양행에서는 바로 안티푸라민이 그러하죠.
유한양행의 설립자는 유일한 박사님이신데, 그 분의 부인은 호미리 여사님이셨습니다.
갑자기 호미리 여사님을 말씀드리는 이유는, 바로 그분이 안티푸라민을 만드신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호미리 여사님은 중국계 미국인으로 소아과를 운영하셨습니다.
당시 우리나라는 찢어지게 가난해서, 제대로 된 약물도 없었고 연고와 같이 신식 약물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애들이 어디에 찧거나 멍이 들었을 때 발라서 치료할 만한 약물 자체가 없었습니다.
물론 그때에도 맨소래담이라는 약물은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들어온 것으로, 미국 군부대에 납품되는 약물이었죠.
하지만 이것이 너무 비싸기도 하고, 일반 아이들에게까지 사용될 수가 없어서 부잣집이 아닌 이상 이 약물을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죠.
이런 상황을 안타깝게 여긴 호미리 여사님은 유한양행의 학술팀과 협의한 끝에 이와 유사한 안티푸라민을 만들었습니다.
최초에 만든 것은, 캔에 들어간 것으로 연고 제형으로 되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호랑이 연고와 같이 되어 있는 것이었죠.
안티푸라민 간호사는 누구?
참고로 맨소래담이 어린 간호사 얼굴이 상표처럼 박혀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나온 안티푸라민 시리즈에는 성인 간호사가 그려져 있습니다.
이것은 바로 호미리 여사님을 모티브로 해서 그려진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가족사진을 보더라도 호미리 여사님이 바로 상표에 나온 사람이라는 것을 단박에 알아챌 수 있더라고요.
물론 간호사가 아니라 의사였지만, 아무래도 맨소래담과 유사한 디자인을 하기 위해서 그런 그림을 넣은 게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나저나 당시 우리나라가 참 살기 어려웠는데, 성공한 가정의 느낌이 다분히 느껴지더라고요.
안티푸라민 이름은 어떻게 생겨난 걸까?
안티푸라이라는 약품의 이름을 들어보면, 어딘가 모르게 미국식은 아니고 한국식 혹은 일본식 이름이라는 것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살펴보면 이 이름은 2가지 영단어가 합성된 거라고 합니다.
- 안티(anti-) : ~에 반하다. 대항하다
- 푸라민(inflame) : 염증
[안티+푸라민]은 결국 '염증에 저항한다'라고 보면 될 거 같습니다.
참고로 안티푸라민은 일반적인 염증 뿐만 아니라, 동상을 치료하는 데에도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추위가 너무 심해지면, 피부의 혈관이 좁아지며 결국 세포가 혈액과 영양소, 산소 공급을 받지 못해서 괴사하게 되죠?
이것이 바로 동상인데, 안티푸라민에 들어있는 성분이 혈관을 확장시키는 효과를 주기 때문에 동상을 예방하고 막는데 사용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군부대에서 최전방에 일하는 군인들의 동상 예방을 위해 이것이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상당히 의미가 있던 약물임에 분명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안티푸라민 연고 vs 로션?!
예전 형태의 고약 모양의 안티푸라민 연고는 사실 호랑이 연고와 비슷합니다.
대만, 홍콩, 동남아 등지에서 유명한 호랑이 연고가 우리 몸에 바르면 좀 시원한 느낌을 주는 것이잖아요?
안티푸라민 연고는 비슷한 성분이 들어간 것으로, 기름 성분이 많이 들어가 있어서 '연고' 제형을 갖게 되어 있습니다.
반면 안티푸라민 로션은 좀 더 밀키한 느낌을 갖는 것으로 에멀젼과 유사하게 흐르는 성질을 가지고 있죠.
3가지 약물을 한번에 싹 비교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구분 | 분류 | 성분 및 함량 |
안티푸라민 연고 | 의약외품 | 살리실산메틸 46mg L-멘톨 8mg DL-캄파 59mg(장뇌) |
안티푸라민 에스 로션 (빨간색) |
일반의약품 | 살리실산메틸 200mg L-멘톨 60mg |
안티푸라민 마일드 로션 (파란색) |
일반의약품 | 살리실산메틸 200mg L-멘톨 60mg 토코페롤 아세테이트 5mg |
보시면 아시겠지만, 안티푸라민 연고에는 장뇌라는 성분의 캄파가 들어가 있습니다.
이것은 식물에서 추출된 물질로, 항염증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보통 파스 하면 떠오르는 화한 냄새가 바로 DL-캄파에서 일어나는 향기이죠.
참고로 살리실산 메틸이라고 하는 것은 NSAIDs계 소염진통 성분입니다.
프로스타글란딘(prostaglandin)이라고 하는 염증성 신호전달 물질의 생성을 억제해주는 것이죠.
(NSAIDs계 소염진통 물질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라고도 하는데, 이것은 스테로이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통증을 줄여주고 염증을 완화해준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보통 근육이 아프다거나 관절이 아플 때에는 해당 부위의 조직에 존재하는 세포가 파괴되게 됩니다.
우리의 세포는 인지질 이중층으로 되어 있어서, 손상되는 순간 세포가 손상되며 인지질 이중층이 무너지게 됩니다.
이때, 우리 몸이 다쳤다는 것을 인지하기 위해서 인지질을 가지고 에이코사노이드(eicosanoid)류 염증 신호분자를 만드는데 그때 생성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프로스타글란딘이라고 하는 것이죠.
관절이나 근육은 피부를 통해서 약물을 주입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것을 만들어서 바르게 할 수 있죠.
그런데 의약외품과 의약품의 차이는 바로 진통소염 성분의 함량 차이입니다.
안티푸라민 연고는 이 소염진통 성분이 적게 들어있는 반면, 에스로션과 마일드 로션은 좀 더 많이 들어있습니다.
따라서 운동하다가 다쳤을 때에는 일반의약품(OTC)인 안티푸라민 에스로션과 마일드 로션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서 바르는 게 적절하다고 보입니다.
L-멘톨은 박하에 들어있는 물질로 시원한 느낌을 줍니다.
보통 약사들은 이것을 '반대자극제'라고 하는데, 통증을 차폐하기 위해서 사용되는 것이랍니다.
차가운 느낌을 주어서 아픈 것을 잊도록 만들어주는 것이죠.
보통 쿨파스에 잘 들어가는 것이고, 청량감으로 인해서 남성분들이 유독 좋아하는 성분입니다.
파란색 안티푸라민? 빨간색 안티푸라민?
빨간색 에스 로션과 파란색 마일드 로션 중에서 어떤 게 더 나은지 물어보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솔직히 둘 다 진통 효과는 거의 비슷하고 시원한 느낌도 또이또이 하기 때문에 굳이 나눌 필요는 없다고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피부가 좀 건조하고, 부드러움이 적다고 판단될 때에는 파란색 안티푸라민이 좋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파란색 안티푸라민 로션에는 비타민E에 해당하는 토코페롤 아세테이트가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화장품에도 자주 사용되는 성분인데, 피부 보호에 특효가 있는 물질입니다.
비타민E는 피부 점막이나 보호 물질이 잘 생기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운동을 하다 다친 분들이거나 나이가 많아서 피부조직이 거친 분들이라면 파란색 안티푸라민이 좋을 수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파란색 안티푸라민이 더 낫지 않나 싶습니다.
참고로, 파란색 안티푸라민 로션 마일드가 빨간색 안티푸라민 에스로션보다 나중에 나온 겁니다.
나중에 나온 만큼, 새로운 니즈를 반영해서 만든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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