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감기약 판피린 중독, 매일 마시면 위험한데... 카페인 중독 조심해야

약국에서 일하다보면, 카트를 끌고 오신 다음에 판피린을 30병~90병씩 사가시는 어르신들이 계십니다.
아무래도 어르신들의 경우, 신체가 노화되면서 호흡기 감염에도 약해지고, 점액도 제대로 나오지 않아 늘 목이 불편할 수가 있죠.
그리고 젊었을 때, 담배를 많이 피셨다거나 호흡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악조건 속에서 일하신 분이라면 더더욱 이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분들의 경우, 약국 판피린을 먹으면 금방 나아지는 기분이 들어서 매일 음료수처럼 마신다고도 하더라고요.

한 판피린 중독자가 모아놓은 판피린 빈병더미입니다.

당연한 거지만 이렇게 복용하는 것은 상당히 좋지 못합니다.
가끔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이 할머니, 할아버지들 대신해서 심부름 차원으로 판피린을 사가시기도 하는데, 그때 저한테 해주셨던 말이, 궤짝으로 사다놓으시고 드신다고도 했습니다.
이걸 마시면 정신이 번쩍 들고 기운이 든다고 하셨거든요.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이 정도면 판피린 중독 혹은 카페인 중독이라고도 보실 수 있습니다.
몇 년 전에 본 거지만, 판피린액에 밥을 말아드시는 남성분도 계시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습니다.
경악스러웠었는데, 생각해보면 '얼마나 음료수처럼 간단히 생각한 걸까?'라는 의문도 들었습니다.

 
어르신들의 판피린 중독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아보고, 왜 정신이 드는 듯한 기분이 드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노인주의 성분이 있는 판피린

종합감기약인 판피린은 증상이 있을 때, 그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해 복용하는 약물입니다.
무언가 문제되는 부위를 본질적으로 치료해주는 약은 아닙니다.
즉, 대증요법으로 사용되는 약물이라고 볼 수 있죠.
 
그런데 여기에 들어있는 성분들이 노인에게는 다소 위험할 수 있는 성분도 들어있습니다.
짧은 기간 복용하는 것은 그다지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지속적으로 복용한다면 다분히 문제를 유발할 수 있는 소지가 있죠.
우선 판피린 성분을 표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약국에 구비되어 있는 물약은, 판피린큐(Q)액으로 노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형태입니다)

티페피딘	기침 억제
클로르페니라민	콧물 완화
구아이페네신	가래 삭히는 약
카페인무수물	졸음 완화, 각성작용
메틸에페드린	코막힘 완화제
아세트아미노펜	해열진통제

 

하지만 이 성분들은 약물 성분이기 때문에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발기부전 유발 가능

우선 먼저 살펴볼 항히스타민제 성분인 클로르페니라민은 대표적인 노인주의 의약품입니다.
항히스타민제라고 하는 약물은 콧물이 흐르는 것을 억제해주고 알러지 반응을 억제하여서 목이 간지러운 것을 완화시켜주지만, 소변이 잘 나오지 않게 만들고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워질 수 있는 우려가 있습니다.
낙상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물질로도 알려져 있죠.
또한 항히스타민제는 남성에게 있어서 발기부전을 유발할 가능성이 큽니다.
왜냐하면 남성의 발기 과정에서 히스타민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그것을 차단하기 때문에 발기가 잘 일어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소변도 잘 나오지 않게 되는 문제 때문에 고생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죠.
그래서, 전립선 비대증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이라면 항히스타민제의 장기복용을 상당히 조심해야만 한답니다.

 

간경화까지 갈 수도 있어요

간독성도 상딩히 걱정되는 문제점 중 하나 입니다.
아세트아미노펜(aceaminophen)이라고 하는 성분 때문에 그런데, 이 성분은 하루 4,000mg 이상 복용하면 간손상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연세가 좀 있으신 분들에게는 더욱 엄격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4,000mg 제한이라고 하는 것은 건강한 성인을 기준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연세가 좀 있으셔서 간이 약한 분이라면 복용량을 더 줄여야만 합니다.
가뜩이나 기저질환으로 다른 약물을 꾸준히 복용하시는 분이라면 그 양을 더 줄여야만 하죠.
간독성은 다른 약물의 대사에도 영향을 끼치고, 간경화로 진행되어 심각한 건강 상의 문제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더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정신이 번쩍 카페인

가장 큰 걱정거리 중 하나는 카페인(caffeine)입니다.
카페인은 중독이 가능한 물질입니다.
커피도 마시다 보면 자꾸 마시게 되는데, 이게 바로 카페인 중독과 유사한 증상이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카페인을 먹으면 각성 효과가 있기 때문에 정신이 반짝하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판피린만 한 병 마시고 나면 피로가 싹 가신다고 표현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이것은 약물로 인한 느낌일 뿐이지 결코 피로가 가시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커피, 녹차 등에도 다 들어있는 성분이기 때문에 판피린까지 복용할 경우, 하루 섭취 상한선을 훌쩍 넘어버릴 수도 있죠.
 
가뜩이나, 카페인 무수물 형태로 되어 있어서 음식물 속에 들어있는 카페인 수화물에 비해 훨씬 고농도의 카페인을 흡수하게 됩니다.
특히, 마시는 액상 형태의 종합감기약에는 카페인 함량이 일반 알약 감기약보다 훨씬 많이 들어있기 때문에, 1병 많으로도 상당히 많은 양의 카페인을 흡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매일매일 판피린Q를 마시면서 피로 회복을 하시려는 분이 계시다면, 카페인 중독인 것을 인지하고 조금씩 끊어나가도록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